# 아직 넉 달이 남았지만, 올해만 벌써 ‘아직은 안돼!’ 싶은 명배우 2명이 세상을 떠났다. 상반기에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자살했고 며칠 전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했다. 두 명 다 오랜 약물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고 하지만 ‘아직은 아니야...’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아쉽다. 어떤 작품에서든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던 배우들이었는데, 이제 더는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가 없다니.
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이들은 아마 남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을 어떤 심경을 안고서 마지막 선택을 하는 것일 터다. 이들 중에서도 멋진 연기를 남기고 떠난 배우들을 보면 내겐 종종 장국영이 함께 떠오른다. 특히 <해피 투게더>에서의 모습이. 아휘(양조위)가 일하는 탱고 바 앞에서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뻔뻔스럽게 다른 일행과 놀러 와서는 양아치처럼 껄렁대던 보영(장국영)의 모습이 말이다. “Cigarette”, “Where’s the light? Light”이라고 말하며 일행에게 경망스럽게 담배를 요구하고 불을 요구하던 그의 모습. 왜 그 장면이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,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보영이 그 장면 속에서 입고 있던 노란 가죽재킷과, 일행으로부터 담배를 강탈(?)하는 그런 습관과, 밤의 열기에 들떠 있는-혹은 들떠 있는 척하던-그의 춤추는 듯한 발걸음 모두가 실제로 진짜 장국영 본인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. 장국영이란 사람 안에 보영이 존재하고, 그것들은 우리가 모르는 부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말이다.
<죽은 시인의 사회>의 키팅 선생님을 추억하는 로빈 윌리엄스의 팬들이 SNS에서 짧은 글을 퍼뜨렸다. 요약하자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의사가 마을 최고 광대의 공연을 보고 웃음을 찾아보라, 고 조언하는데 알고 보니 바로 그 사람이 광대 본인이었다는 얘기.
뜬금없이 장국영 얘기까지 꺼냈지만 10년 전 세상을 떠난 장국영도, 올해 세상을 떠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로빈 윌리엄스도 스크린 속에서 늘 인간에 대한 이해를 보여줬던 배우들이라고 생각한다. 그들은 늘 상실감이나 공허함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연기해 냈다. 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그들 자신의 외로움이 일관되게 투영돼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. 스크린 밖 그들의 실제 삶 속에는 남들로서는 결코 가늠할 수 없는 인간 존재가 있었을 테지만, 그 누구도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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