달콤한 나의 도시

할아버지 떠나신 날..(2)

sookim 2014. 11. 18. 23:53

(11/18/2014)


  17년만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다시 만나셨다. 장지로 향하는 길, 하늘은 이보다 더 쨍하게 맑고 웅숭깊을 수 없을 것만 같이 아름다운 겨울 하늘이었다. 할아버지의 관이 화장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엄마는 마지막으로 엄마의 아버지와 작별했다. 다 태운 재로 남은 할아버지 앞에서 아빠는 무엇에 사무쳤는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. 


하지만 날은 참 아름다웠다. 할아버지는 10년도 넘는 오랜 세월만에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맛있고 따뜻한 식사를 나누게 해주셨다. 기대와 달리 납골당 부부단의 맨 꼭대기 칸에 배정이 돼 낙심한 우리를, 곧이어 칸 위치가 뭐가 중요하냐고, 하나님과 가장 가까운 높이라고, 웬걸 펜트하우스에 스카이 라운지라고 생각을 고쳐 먹고 껄껄 웃도록 북돋아 주셨다. 


할아버지와 추억 깊은 식구들 모두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지난 사흘을 지냈으리라. 그 모든 마음 한데 안고 할아버지는 떠나갔다. 돌이켜 보기로는 죄송함 뿐이지만 마지막 만큼은 감사함이었다.